
왼쪽부터 나, 대하형(매니저), 윤선아,윤선아씨 남편(성함을 몰라서 ㅈㅅ)
얼마전 공익광고에 나오는 윤선아씨 부부를 보았다,,,
그래서 찾아 봤더니 2005년 8월 27일 'KTF 드라마하우스'에서
"나에게는 55㎝ 사랑이 있다" 출간 기념 펜 사인회때의 사진이 아직 남아 있어서,,,
기념으로 올린다 ㅋㅋ
지금은 스타벅스로 변해버린 드라마하우스 ㅠㅡㅜ

책 소개 -------------------------
2004년 KBS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현재 KBS3 라디오에서 '윤선아의 노래선물'을 진행하고 있는 저자 윤선아의 에세이집. 올해 초 비장애인인 남편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 산상 결혼식을 올려 큰 화제를 낳기도 했던 저자는 태어날때부터 뼈가 쉽게 부서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20센티미터의 신장과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병으로 인해 좌절과 고통속에서 보낸 성장기, 21살에 인터넷 라디오 방송 CJ를 시작하게 되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찾은 이야기, 또 이 방송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사랑하게 된 이야기, 비장애인인 남편과 함께 하면서 겪는 아픔과 사랑의 이야기 등을 털어놓았다. 장애의 여부를 넘어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저자 부부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소개 -------------------------
지은이 윤선아
1979년 생. 2000년부터 인터넷 음악방송 DJ를 했다. 2004년 ‘KBS 장애인 방송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KBS 3라디오에서 ‘윤선아의 노래선물’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히말라야 정복에 나섰던 희망원정대에 참가해 산상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다.
목차 -------------------------
프롤로그 - 행복이 내게로 오기까지
히말라야를 꿈꾸다, 세상을 꿈꾸다
1. 선아야! 히말라야 가지 않을래?
2.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비행기
3. 천국이 존재한다면 이곳이 아닐까?
4. 네팔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
5. 축복받은 태생
6. 선생님과 48색 크레파스
7. 때론 모나리자처럼
8. 창문 너머 수줍던 내 사랑
외로움이 그리움이 되어
1. 비상, 자유를 향한 푸른 날갯짓
2. 내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
3. 때늦은 성인식
4. 안녕하세요 cj 써나입니다
5. 다리가 네개라서 더 빨라요!
6. 인연하다
사랑, 그 삐뚤삐뚤한 글씨
1. 우리는 사. 랑. 해. 요. 라고 해요
2. 나는 장애인이라서 불행했다
3. 왜 혼자 살아야 하는 거지?
4. 나에게도 다가온, 사랑이란 그 낯선 단어
5. 나도 남자친구가 생겼다
6. 100만 평의 마음
7. 나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한가
8. 55cm 사랑 더하기
9. 새빨간 거짓말
10. 우리 사랑, 아무 장애 없어요
사랑한다면 우리처럼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
2. 천국의 문을 두드려라!
3. 사랑을 위해 버릴 수 없는 단 한가지
4. 계획되지 않은 용기
5. 내 몸 안에 행복이 숨쉰다
6. 나의 바다, 나의 우주
7. 그대 두 발 위, 세상이 환해요
8. 혼자서 이별연습을 하다
9. 기회는, 어느 날 문득
10. 한번만 더 연습하자!
11. 꿈은 이루어진다
나를 위해 준비된 세상
1. 동정없는 세상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합니다
3. 엄지공주로 다시 태어나다
4. 여의도의 맑음과 흐림
5. 진정한 프로는
6. 나의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여자
에필로그 - 그대 두 발 위, 세상이 환해요/ 윤선아
다시 태어난다면/ 변희철
책을 읽고나서 - 스스로 희망이 된 여성/ 정호승
책속으로 -------------------------
난쟁이에게는 백설 공주가
호빗에게는 간달프가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
한 달 동안 꼼짝없는 침대 신세가 되었다. 번데기에서 나와 나비가 되는 누에고치도 나보다는 낫지 않을까……. 적어도 누에고치는 단단한 번데기에서 화려한 나비가 되기 위해 실을 뽑아 몸을 감싸는 움직임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작은 움직임도 불가능하고, 일어난다 해도 화려한 나비는커녕 여전히 못생기고 작은 번데기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혼자 일어나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대소변도 누워서 봐야하니, 세수를 한다거나 머리를 감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엄마는 항상 나의 손발이 되어주신다. 밥을 챙겨다 주시고 대소변을 받아주시고 얼굴도 물수건으로 닦아주신다. 그럴 때면 난 늘 어린 아기가 되어버린다. 마음도 몸을 따라 아기가 된 것처럼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려댄다. 엄마는 단 한번도 귀찮다는 내색 없이, 나를 세 살 박이 아기 대하듯 보듬어주신다.
나는 때론, 아니 종종 부모님께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심지어 물건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꼼짝 없이 누워서 늙으신 부모님의 병수발을 받고 있으면, 정말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부모님께 못난 자식이라 고생만 시켜드리는 것이 한없이 죄송스러워, 그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 내 자신이 미워진다. 내 장애가 원망스럽고 초라하고 어느 것 하나 혼자 할 수 없는 바보 같은 내 자신이 밉고, 밉고, 또 밉고, 미워 죽을 지경이 된다. 하지만 부모님은 화 한번 내지 않으시고, 나의 모든 투정을 받아주셨다. 그것이 훗날 가슴에 남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우리 선아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아빠는 내가 다치기만 하면 맛있는 음식들을 사 오신다. 아빠가 퇴근하시고 맛있는 음식을 사들고 오시는 그 순간만큼은 골절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아빠에게 이것저것 먹고 싶은 음식을 늘어놓으며 어리광을 피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 어리광을 피울 기분도, 짜증을 내고 화를 낼 기분도 아니었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기만 했다. 가슴 속에 뒤늦은 찬바람이 불어 닥친 듯 시리고 외로웠다.
생각나는 것은, 보고 싶은 것은, 그리운 것은, 단 한 사람. 변희철이라는 남자뿐이었다.
매일 통화했지만 매일 그리웠다. 사고가 나고 어김없이 행복한 금요일이 찾아왔다. 여느 때 같았으면 다음날 그를 만난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을 텐데, 우울하기만 한 금요일 오후,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서로의 목소리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우울하기만 한 금요일이 네 번이나 지나간 뒤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어느새 겨울이 왔다.
햇빛 짱짱한 날씨를 바랬지만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을 잔뜩 안고 있었다. 또 비가 오려나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날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온 세상을 다 얻을 것처럼 기쁜 날이었다.
저 멀리서 그가 나를 보더니, 황급히 달려온다.
“괜찮아?”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그가 던진 첫마디.
“그럼~”
내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웃자 비로소 그는 환하게 웃는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는 시내를 걷고 공원을 산책하고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와 함께 걷는 공원은 너무 예뻤고, 그와 함께 먹는 밥은 한 달 동안은 절대 맛보지 못했던 황홀한 맛이었다. 그와 함께 보는 풀 하나,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감사한 마음으로 두 눈에 꼭 꼭 담아두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얼굴만 봐도 가슴 설레고 손끝만 스쳐도 짜릿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해가 저무는지도 모른 채 돌아다녔다. 다리는 아팠지만 몸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우리는 작은 나무 벤치에 앉아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비로소 숨을 돌렸다. 그와 나는 정말 숨 가쁜 데이트였다며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하늘이 우리의 웃음소리를 질투했는지 그 순간 우르르 쾅쾅 천둥이 쳤다. 뚝, 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달려가 기다란 우산 하나를 사왔다. 얼마나 순식간에 다녀왔는지 내 몸이 별로 젖지도 않았다. 사실 빗방울은 우산을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약하게 뿌리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비 맞으면 안 된다며 우산을 폈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었다. 그는 자꾸만 앞을 보지 않고 나를 힐끔거렸다. 그는 우산을 낮춰보기도 하고 비스듬하게 기울여보기도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릎을 확 구부려 엉거주춤 자세로 걸어가는 것이다.
Posted by 휘바람소리